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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퍼퓸과 오드뚜왈렛은 진하기만 다른 같은 향이 아니다. 농도를 올리면 배합이 달라지는 이유, 부향률 네 등급, 피부에서 시간대별로 갈리는 지점, 하루 단가 계산까지 담았다. 당신에게 맞는 쪽은 어느 병일까?
오드퍼퓸이랑 오드뚜왈렛, 오래가는 것 말고 뭐가 다른 거지? 매장 선반 앞에서 같은 이름의 병 두 개를 놓고 검색창에 이 문장을 쳐 본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돌아오는 답은 대개 “EDP가 더 진하고 오래간다” 한 줄이다. 틀린 말은 아닌데, 그 한 줄만 믿고 사면 매장에서 맡은 향과 다른 향을 집에 들고 오게 된다. 같은 이름 두 병이 왜 다른 냄새를 내는지는 중간에, 하루 단가로 치면 어느 쪽이 싼지는 뒤쪽 계산에서 나온다.
농도 이름의 뿌리는 1709년 독일 쾰른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요한 마리아 파리나가 감귤 껍질과 허브 향을 알코올에 묽게 탄 물을 만들었고, 도시 이름을 따 오드코롱이라 불렀다. 손목에 한 방울 찍는 물건이 아니었다. 세수하듯 몸에 끼얹고 금방 날려 보내는 물이었다.

오드뚜왈렛의 ‘뚜왈렛’도 화장실이 아니라 몸단장을 뜻한다. 아침에 씻고 옷을 입는 과정에서 쓰는 가벼운 향수라는 의미다. 반대편 끝에는 향료를 진하게 농축한 퍼퓸(엑스트레)이 있었고, 이쪽은 귀 뒤와 손목에 찍어 바르는 용도였다.
이 시절의 농도 이름은 계급장에 가까웠다. 향료 원액을 알코올에 얼마나 탔는지를 알려 주는 표시였고, 한 향수는 보통 한 농도로만 나왔다. 문제는 그 뒤에 생겼다. 브랜드들이 히트한 향수 하나를 EDT, EDP, 퍼퓸으로 나눠 내기 시작하면서, 소비자는 “같은 향의 진하기 버전”이라고 받아들였다. 통념은 여기서 굳어졌다.
많이들 이렇게 알고 있다. “EDT에 향료를 더 넣으면 EDP가 된다. 그러니 향은 같고 지속시간만 늘어난다.” 실제로는 농도를 올릴 때 조향 비율을 다시 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름은 같아도 병 안의 배합표는 두 장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향료 원액은 휘발 속도가 제각각인 수십 가지 재료의 혼합물이다. 레몬, 베르가못 같은 시트러스는 분자가 작고 가벼워 몇 분에서 수십 분 사이에 날아가고, 머스크, 우드, 앰버, 바닐라 계열은 무거워서 몇 시간씩 남는다. 이 혼합물을 통째로 두 배 넣으면 탑은 코를 찌르고 베이스는 텁텁하게 뭉친다.
그래서 조향사는 농도를 올리면서 구성을 손본다. EDP에서는 미들과 베이스 재료의 비중을 키우고, 바닐라나 레진, 앰버 같은 묵직한 재료를 보태는 식이 흔하다. EDT에서는 시트러스와 아로마틱 허브 쪽을 넉넉히 잡아 첫인상을 밝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EDT는 “산뜻하게 시작해 깨끗하게 사라지는 향”, EDP는 “차분하게 시작해 달고 따뜻하게 남는 향”으로 성격이 갈린다.
차이의 폭은 향수마다 다르다. 거의 구별이 안 되는 쌍도 있고, 이름만 공유하는 남남 수준인 쌍도 있다. 병만 봐서는 어느 쪽인지 알 수 없다는 게 골치 아픈 부분이다. EDT를 써 보고 마음에 들어서 “오래가는 버전”으로 EDP를 주문했다가, 좋아하던 상큼한 첫 향이 사라졌다고 실망하는 후기가 꾸준히 올라오는 까닭이다.
부향률은 병 안 액체에서 향료 원액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나머지는 대부분 알코올이고 물이 조금 섞인다. 통용되는 범위는 아래와 같다.

| 등급 | 부향률(통상) | 피부 지속시간(대략) | 향의 무게중심 | 어울리는 장면 |
|---|---|---|---|---|
| 퍼퓸(엑스트레) | 20~30% | 6~8시간 이상 | 베이스, 피부 가까이 진하게 | 저녁 약속, 한겨울 외출 |
| 오드퍼퓸(EDP) | 15~20% | 5~6시간 | 미들~베이스 | 가을·겨울 일상, 긴 외출 |
| 오드뚜왈렛(EDT) | 5~15% | 3~4시간 | 탑~미들 | 봄·여름, 사무실, 반나절 외출 |
| 오드코롱(EDC) | 2~5% | 1~2시간 | 탑 | 샤워 직후, 운동 뒤, 집 안 |
표를 보면 범위가 서로 겹친다. 15%짜리 액체는 EDT라고 불러도, EDP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다. 잘 안 알려진 사실인데, 이 등급에는 법으로 정해진 기준이 없다. 몇 퍼센트부터 오드퍼퓸이라고 부를지는 브랜드가 정한다. A 브랜드의 EDT가 B 브랜드의 EDP보다 진한 경우가 생기는 배경이다.
지속시간도 같은 맥락에서 읽어야 한다. 시트러스 중심의 EDP는 4시간을 못 버티기도 하고, 우디·머스크 중심의 EDT는 저녁까지 셔츠 깃에 남는다. 등급보다 재료가 지속력을 더 크게 흔든다. 표의 시간은 “같은 계열의 향이라면 이 정도 순서”라는 기준선으로만 쓰는 편이 정확하다.
같은 이름의 EDT와 EDP를 양 손목에 하나씩 뿌렸다고 가정해 보자. 10분 시점에는 EDT 쪽이 더 화사하다. 알코올 비율이 높아 빨리 날아가면서 시트러스와 허브를 공기 중으로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EDP 쪽은 같은 시간에 한 톤 낮고 둥글게 맡아진다. 첫 향만 놓고 보면 EDT가 더 “향수 같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
30분이 지나면 순서가 바뀌기 시작한다. EDT는 탑이 빠지고 미들로 넘어가는 중이라 살짝 비어 보이고, EDP는 플로럴이나 스파이스 같은 중심 향이 또렷해진다. 2시간 시점에서 EDT는 손목을 코에 대야 맡아지는 정도로 내려앉는다. EDP는 아직 팔을 움직일 때마다 향이 올라온다.
6시간이면 차이가 확실하다. EDT는 피부에서는 거의 사라지고 소매나 머플러에만 남는다. EDP는 우드, 머스크, 바닐라 같은 베이스가 피부에 붙어 있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 점이 있다. EDP를 쓰는 사람이 하루 중 가장 오래 맡는 향은 탑이 아니라 이 베이스다. 매장에서 첫 5분에 반해서 EDP를 샀다면, 정작 하루 대부분을 함께 보낼 향은 확인하지 않은 셈이다.
지속력과 확산력은 다른 축이다. 지속력은 피부에 얼마나 오래 붙어 있느냐이고, 확산력은 내 주변 몇 걸음까지 향이 닿느냐다. 농도가 높으면 둘 다 세질 것 같지만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다.
향을 공기 중으로 실어 나르는 건 알코올이다. EDT는 알코올이 많아 뿌린 직후 30분~1시간 동안은 EDP보다 넓게 퍼지는 경우가 많다. 엘리베이터에서 “방금 뿌렸네” 소리를 듣는 쪽은 의외로 EDT다. 퍼퓸은 반대로 향료가 진해 피부에 눌어붙듯 남고, 가까이 다가온 사람만 맡는다.
그래서 “은은하게 쓰고 싶어서 EDT를 고른다”는 선택은 뿌리는 양에 따라 틀릴 수 있다. EDT를 출근 직전에 5번 뿌리면 오전 회의실에서는 EDP 2번보다 훨씬 강하게 느껴진다. 반대로 EDP를 목에 4번 뿌리고 만원 지하철을 타면 옆 사람이 고개를 돌린다. 농도 등급이 아니라 뿌리는 횟수와 위치가 주변 사람이 체감하는 세기를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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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와 피부는 조건이 전혀 다르다. 시향지는 차갑고 건조하며 기름기가 없다. 향료가 천천히 증발해서 탑 노트가 20~30분씩 머문다. 피부는 표면 온도가 30도를 넘고 피지와 수분이 있다. 열이 탑을 빨리 날려 보내고, 피지는 무거운 향료를 붙잡아 베이스를 길게 끈다.

피부 상태에 따라서도 갈린다. 건조한 피부에서는 향료가 붙을 기름막이 얇아 전체 지속시간이 짧아지고, 유분이 많은 피부에서는 달고 묵직한 노트가 더 도드라진다. 같은 EDP를 두 사람이 뿌렸는데 한 명은 “포근하다”, 다른 한 명은 “달아서 머리 아프다”고 하는 일이 여기서 나온다. 그날 바른 바디로션, 섬유유연제 향도 섞인다.
옷감은 피부보다 시향지 쪽에 가깝다. 체온이 직접 닿지 않고 피지도 없어서 탑과 미들이 피부에서보다 오래 버틴다. EDT의 첫 향을 좋아하는 사람이 셔츠 안쪽이나 머플러 끝에 한 번 뿌려 두면 점심 무렵까지 그 상큼함이 남는 까닭이다. 다만 실크나 흰 셔츠에는 얼룩이 남을 수 있고, 색이 짙은 EDP 액체일수록 위험이 커진다. 옷에 뿌릴 거라면 안감이나 어두운 색 원단 쪽으로 20cm 이상 떨어뜨려 뿌린다.
이 차이는 EDT보다 EDP에서 더 크게 벌어진다. 피부와 반응하는 시간이 길고, 반응하는 재료가 베이스 쪽에 몰려 있어서다. 시향지에서 고른 EDP일수록 손목에 직접 뿌리고 최소 2시간은 지난 뒤에 결정해야 한다. 매장에서 뿌리고 바로 계산대로 가는 것, 흔한 실패는 대부분 이 순서에서 생긴다. 뿌린 채로 밥을 먹고 돌아와 다시 맡아 보는 쪽이 낫다.
EDP가 상위 버전이라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아래 조건에 해당하면 EDT 쪽이 돈값을 한다.
반대로 EDT가 별로인 경우도 분명하다. 아침 8시에 뿌리고 저녁 7시 약속까지 다시 뿌릴 틈이 없는 일정이라면 EDT는 점심 이후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건조한 겨울, 코트 위로 향이 올라와야 하는 계절에도 힘이 달린다. 피부가 건조한 편이라 뭘 뿌려도 2시간이면 사라지는 사람 역시 EDT를 사면 “향이 없는 향수”를 산 기분이 들더라.
둘 다 애매하다면 대안이 하나 있다. EDT를 사고 5~10ml 공병에 덜어 들고 다니는 방식이다. 오후 2~3시쯤 손목에 한두 번 다시 뿌리면 탑 노트를 하루에 두 번 즐길 수 있다. EDP로는 얻지 못하는 장점이다. 실내에서만 지내는 사람이라면 여기까지만 읽어도 선택에 지장이 없다. 야외 활동이 길거나 가격 때문에 망설이는 중이라면 다음 계산이 핵심이다.
같은 이름, 같은 용량이면 EDP가 EDT보다 비싸게 책정되는 게 일반적이다. 가격표만 보면 EDT가 싸다. 그런데 한 병을 며칠 쓰느냐로 나누면 얘기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50ml 기준 EDT가 10만 원, EDP가 13만 원이라고 가정하자. 실제 가격은 브랜드마다 다르니 계산 틀만 가져가면 된다.
분사 한 번에 약 0.1ml가 나온다고 치면 50ml는 500번이다. EDT를 아침 4번, 오후 3번 뿌리는 패턴이면 하루 7번, 71일 만에 바닥난다. 하루 약 1,400원이다. EDP를 아침에만 3번 뿌리면 166일을 쓴다. 하루 약 780원이다. 병 값은 3만 원 비싼데 하루 단가는 절반 가까이 내려간다.
이 계산은 조건 하나에 뒤집힌다. EDT를 아침 3번만 뿌리고 덧뿌리지 않는 사람이라면 똑같이 166일을 쓰고, 하루 600원으로 EDT가 더 싸다. 반대로 EDP를 EDT 뿌리던 습관대로 6~7번 뿌리면 가장 비싼 선택이 된다. 단가를 가르는 변수는 농도가 아니라 덧뿌리는지 여부다. 평소 오후에 향수를 다시 꺼내는 사람이면 EDP가, 한 번 뿌리고 잊는 사람이면 EDT가 경제적이다.
용량 선택에도 같은 논리가 적용된다. 향수는 개봉 후 빛과 열에 노출되면 탑 노트부터 변한다. 하루 3번 뿌리는 사람이 100ml를 사면 1년 가까이 쓰게 되는데, 그 사이 EDT의 상큼한 첫 향이 가장 먼저 무뎌진다. EDT는 작은 용량을 사서 빨리 비우고, EDP는 큰 용량을 사도 손해가 덜하다.
매장 선반에는 EDT와 EDP 두 병만 서 있지 않다. 같은 이름 뒤에 인텐스, 엘릭서, 엑스트레, 오 프레쉬, 로(L’Eau) 같은 단어가 붙은 병이 서너 개씩 나란히 놓인다. 이 수식어들도 농도 등급과 마찬가지로 정해진 규격이 없다. 그래도 브랜드들이 쓰는 방향에는 공통된 경향이 있어서, 그것만 알아도 손목에 뿌려 볼 후보를 절반으로 줄인다.
인텐스와 엘릭서는 대체로 원래 향에서 베이스를 더 어둡고 달게 민 버전이다. 앰버, 바닐라, 가죽, 통카빈 같은 재료가 추가되거나 비중이 커지고 시트러스 탑은 줄어든다. EDP의 달큰한 잔향이 부담스러웠던 사람은 인텐스를 맡아 볼 것도 없이 건너뛰면 된다. 반대로 EDP를 뿌려도 저녁이면 아무것도 안 남던 건성 피부에는 이쪽이 맞는 답일 때가 많다.
오 프레쉬, 로, 레제르 같은 이름은 반대쪽으로 간다. EDT보다 더 묽게, 물기 있는 시트러스나 그린 노트 쪽으로 당긴 버전이고 1~2시간 선에서 끝나는 경우가 흔하다. 한여름 출근길에 뿌리고 사무실 책상에 앉을 무렵 사라지는 정도를 원한다면 쓸모가 있다. 하지만 값은 EDT와 비슷하게 받으면서 지속시간은 절반 수준이라, 가격 대비로는 별로다. 이 용도라면 EDT를 한 번만 뿌리는 편이 싸게 먹힌다.
이름 때문에 헷갈리는 사례가 둘 더 있다. 하나는 ‘코롱’을 제품명으로 쓰는 브랜드다. 일부 니치 브랜드는 라인 전체를 코롱이라 부르지만 실제 부향률은 EDT에서 EDP 사이에 걸쳐 있어서, 이름만 보고 1시간짜리로 짐작하면 틀린다. 다른 하나는 리뉴얼이다. 향료 사용 규제가 바뀌거나 원료 수급이 달라지면 브랜드는 이름과 농도 표기를 그대로 둔 채 배합을 조정한다. 몇 해 전에 비운 향수를 다시 사는 경우에도 손목 테스트를 건너뛰면 안 되는 이유다.
판단을 하나 밝혀 둔다. 향수를 한 병만 두고 사계절 쓰는 사람에게는 EDP보다 EDT를 먼저 권한다. 무거운 향을 여름에 쓰는 고역보다 가벼운 향을 겨울에 덧뿌리는 수고가 훨씬 견딜 만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병부터는 계절을 나눠 가을·겨울용으로 EDP를 들이는 구성이 실패가 적다.
매장에서는 이렇게 움직이면 된다.
브랜드들은 앞으로도 같은 이름 아래 인텐스, 엑스트레, 오 프레쉬 같은 변주를 계속 붙일 것이다. 이름이 늘수록 “진하기 순서”로 줄 세우려는 습관은 더 자주 틀린다. 라벨의 등급은 대략의 무게만 알려 줄 뿐이고, 내가 하루 중 몇 시부터 몇 시까지 그 향을 입고 있을지는 알려 주지 않는다. 지금 장바구니에 담아 둔 그 향수, 당신이 좋아한 건 뿌린 직후의 10분인가, 아니면 6시간 뒤 소매에 남은 향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