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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지투웨니스가 '스킨 퍼스트 메이크업'으로 브랜드를 개편했다. 팩트 리필을 쟁이기 전에 호환, 전성분, 구형 재고 가격을 따지는 순서가 있고, 오후에 화장이 갈라지는 원인은 팩트가 아니라 그 앞 단계에 있다.
몇 해 전까지 에이지투웨니스는 홈쇼핑에서 리필 묶음으로 사던 ‘엄마 팩트’였다. 지금은 같은 브랜드가 ‘스킨 퍼스트 메이크업’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성수동에 팝업을 열었다. 그런데 이 소식에 리필부터 쟁이려던 사람이 정작 손봐야 할 곳은 팩트가 아니다. 어디인지는 뒤에서 민지 씨의 화장대를 따라가며 푼다.
민지 씨는 설명을 위해 세운 가상의 인물이다. 서른여섯 살 직장인이고, 서랍에는 이 브랜드 팩트 리필이 두 개 남아 있다. 오전 8시에 바르고 나가면 점심까지는 광이 곱게 도는데, 오후 3시쯤 콧방울 옆이 갈라지는 게 늘 불만이었다. 개편 기사를 본 날 민지 씨가 떠올린 질문은 넷이었고, 이 글은 그 순서를 따른다.
알려진 사실은 단출하다. 애경산업의 메이크업 브랜드 에이지투웨니스가 브랜드 방향을 ‘스킨 퍼스트 메이크업’으로 다시 잡았고, 메이크업의 출발점을 피부 건강에 둔다는 철학과 새 세계관을 내놨다. 이를 알리는 팝업 공간을 성수에서 운영한다. 여기까지다.

민지 씨가 먼저 헷갈린 건 리브랜딩과 리뉴얼의 차이였다. 리뉴얼은 제품의 처방이나 용기가 바뀌는 일이고, 리브랜딩은 브랜드가 자기를 소개하는 문장이 바뀌는 일이다. 간판을 새로 단 식당과 주방장을 바꾼 식당이 다른 것과 같다. 이번 발표는 간판 쪽이다.
그렇다고 주방이 그대로라는 뜻도 아니다. 간판을 바꾼 브랜드는 대개 용기 디자인과 라인 구성을 뒤따라 손본다. 다만 어떤 제품의 처방이 언제 달라지는지는 보도 범위에서 드러나지 않아 확인이 필요하다. 그래서 지금 따질 건 “새 제품이 얼마나 좋아졌나”가 아니라 “내가 쓰던 물건과 내 루틴에 무슨 일이 생기나”다.
이 브랜드를 키운 건 에센스를 머금은 고체 파운데이션 팩트다. 표면을 퍼프로 누르면 촉촉한 제형이 배어 나오고, 얼굴에 올리면 커버와 윤광이 한 번에 잡힌다. 홈쇼핑 화면에서 시연하기 좋은 제형이었고, 본품에 리필을 여럿 붙인 구성 덕에 한 번 사면 반년은 쓰는 물건으로 자리 잡았다.

문제는 그 성공이 만든 이미지다. 40~50대가 홈쇼핑으로 사는 커버 팩트라는 인상이 굳으면 20~30대는 매장에서 테스터를 열어볼 이유를 못 찾는다. 그사이 베이스 시장에서는 쿠션과 세럼 파운데이션이 “스킨케어 성분을 담았다”는 말을 앞세워 자리를 넓혔다. 따지고 보면 에센스를 넣은 베이스는 이 브랜드가 먼저 하던 이야기인데, 그 말의 주인이 바뀐 셈이다.
그러니 ‘스킨 퍼스트’라는 표현은 새 주장이라기보다 원래 하던 말을 요즘 언어로 다시 적은 것에 가깝다. 장소가 백화점이 아니라 성수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필자가 읽기에 이번 개편의 과녁은 기존 고객이 아니라 이 팩트를 엄마 화장대에서만 본 세대다. 쓰던 사람 입장에서는 급할 게 없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민지 씨의 두 번째 질문은 이거였다. 요즘 쿠션도 세럼 파운데이션도 다 피부에 좋다는데, 내 팩트랑 뭐가 다른가. 성분 이름보다 제형이 답을 준다. 같은 보습 성분이 들어가도 고체로 굳혔는지, 스펀지에 적셨는지, 액체 그대로인지에 따라 얼굴 위에서 벌어지는 일이 달라진다.

| 구분 | 에센스 팩트(고체형) | 쿠션 | 세럼 파운데이션(리퀴드) |
|---|---|---|---|
| 바를 때 | 퍼프 한 번에 커버가 두껍게 올라감 | 얇게 여러 번 두드려 쌓음 | 손이나 브러시로 펴 발라 가장 얇음 |
| 직후 표현 | 윤광과 높은 커버 | 촉촉함부터 세미매트까지 제품마다 다름 | 피부결이 비치는 가벼운 광 |
| 반나절 뒤 | 유분 많은 부위에서 뭉치거나 갈라지기 쉬움 | 코 주변이 먼저 지워짐 | 커버가 옅어지지만 뭉침은 적음 |
| 잘 맞는 피부 | 건성, 잡티 커버가 우선인 피부 | 복합성, 수정 화장이 잦은 사람 | 결이 고르고 얇은 표현을 원하는 사람 |
| 아쉬운 점 | 양 조절이 어렵고 모공에 끼기 쉬움 | 퍼프 위생 관리, 내용물 마름 | 잡티가 많으면 컨실러가 따로 필요 |
민지 씨의 오후 3시 콧방울 갈라짐은 표의 셋째 줄에 그대로 있다. 고체 팩트는 한 번 찍을 때 올라가는 양이 많다. 건조한 볼에서는 장점이지만, 피지가 올라오는 코 옆에서는 두꺼운 막이 기름과 섞이며 쪼개진다. 제품이 나빠서가 아니라 제형의 성격이다.
많이들 이렇게 알고 있다. “스킨케어 성분이 든 베이스를 쓰면 기초를 줄여도 되고, 바르는 동안 피부가 좋아진다.” 실제로는 베이스 제품의 주재료는 색을 내는 분체와 이를 붙잡는 유분이다. 에센스 성분이 주는 건 바르는 동안의 편안함과 덜 당기는 느낌이지, 세럼 한 병을 대신하는 효과가 아니다. 저녁에는 어차피 지운다.
하나 더 있다. 팩트나 쿠션에 적힌 자외선 차단 지수는 피부 1cm²당 2mg을 발랐을 때 기준으로 측정한다. 얼굴 전체로 치면 팩트를 가면처럼 두껍게 올려야 채워지는 양이다. 평소처럼 얇게 두드리면 표기된 숫자의 일부만 나온다. 선크림을 따로 바르는 단계는 ‘스킨 퍼스트’를 내건 제품을 써도 빠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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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질문이 리필 재고였다. 민지 씨는 장바구니에 리필 네 개를 담았다가 뺐다. 이유는 단순하다. 화장품 브랜드가 간판을 바꾸면 구형 패키지 재고는 대체로 할인이나 묶음 행사로 풀린다. 지금 정가에 서두를 까닭이 없다. 처방이 바뀔지 모른다는 불안은 서랍에 남은 리필 두 개로 버틸 수 있다.
도입에서 미뤄 둔 이야기가 여기다. 민지 씨가 바꾼 건 팩트가 아니라 팩트 직전 10분이었다. 그동안 토너, 에센스, 크림, 선크림을 넉넉히 바르고 곧바로 팩트를 찍었다. 에센스를 머금은 제형이 채 흡수되지 않은 크림과 선크림 위에 올라가니, 얼굴 위에 미끄러운 층이 세 겹으로 쌓였다. 오후 3시의 갈라짐은 여기서 시작됐다.
예를 들어 이렇게 바꾼다. 아침 크림을 평소의 절반으로 줄이거나 가벼운 로션으로 바꾸고, 선크림을 바른 뒤 3~5분을 둔다. 손등으로 볼을 눌러 묻어나지 않을 때 팩트를 올리고, 코 옆은 퍼프에 남은 양으로만 스친다. 촉촉한 베이스일수록 그 밑은 가벼워야 버틴다. 리브랜딩 소식 앞에서 팩트 쓰던 사람이 따져볼 건 결국 네 가지로 좁혀진다.
민지 씨 옆자리의 스물아홉 살 후배(역시 가상의 인물이다)는 기사를 보고 주말에 성수에 가보겠다고 했다. 민지 씨가 건넨 말은 하나였다. 거기서 본 얼굴을 믿지 말 것. 팝업이나 매장 조명은 노란 기가 돌고 위에서 강하게 떨어져서, 윤광 제형은 실제보다 매끈하고 한 톤 밝게 보인다. 형광등이 깔린 사무실 화장실 거울 앞에 서면 같은 얼굴이 다르게 나온다.
색도 시간에 따라 움직인다. 커버력이 높은 베이스는 바른 직후보다 한두 시간 뒤가 어둡다. 피지가 색소와 섞이면서 톤이 내려앉는 다크닝인데, 한 번에 올라가는 양이 많은 고체 팩트에서 더 잘 보인다. 21호와 23호 사이에서 망설이다 매장에서 딱 맞아 보이는 쪽을 집으면, 오후에는 목보다 얼굴이 어두워지는 일이 생긴다.
그래서 순서를 이렇게 잡는다. 테스터를 올린 뒤 바로 결제하지 않고 밖으로 나와 창가나 골목의 자연광에서 휴대폰 후면 카메라로 한 장 찍는다. 근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다시 찍어 두 장을 나란히 본다. 테스터 퍼프는 여러 사람 손을 거치며 내용물을 잔뜩 머금고 있어 집에서 쓸 때보다 두껍게 발린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매장에서 본 커버력에서 한 단계 빼고 생각하면 얼추 맞는다.
민지 씨의 넷째 질문은 솔직했다. 내가 이걸 계속 쓰는 게 맞나. 볼이 당기는 건성이고 기미를 한 번에 가리고 싶은 사람에게 에센스 팩트는 여전히 편한 도구다. 출근 준비 15분 안에 컨실러 없이 끝난다는 건 다른 제형이 쉽게 못 주는 장점이다.
반대로 권하지 않는 조건도 뚜렷하다. 점심 전에 T존이 번들거리는 지성 피부, 모공이 넓어 베이스가 끼는 피부, 피부결이 비치는 얇은 화장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이 경우 ‘스킨 퍼스트’라는 말에 끌려 사면 윤광이 아니라 기름광을 얻는다. 대안은 세미매트 쿠션을 얇게 두 번 올리고 건조한 볼에만 수분 프라이머를 까는 조합이다. 커버 욕심이 적다면 스킨 틴트 하나로 충분하다.
민지 씨 사례에서 뽑히는 원칙은 하나다. 브랜드가 자기소개 문장을 바꿀 때 소비자가 읽을 것은 그 문장이 아니라 제형, 전성분표, 그리고 내 아침 루틴의 순서다. 슬로건은 광고판에 붙고, 화장은 내 얼굴 위에서 무너진다.
쓰던 팩트가 잘 맞고 리필이 남아 있다면, 지금은 사지 말고 크림 양부터 줄여 본다. 리필이 떨어졌는데 케이스를 계속 쓸 거라면 한두 개만 사고 호환 여부가 확인된 뒤 묶음으로 간다. 이 브랜드를 써본 적 없는 20~30대라면 구매보다 팝업이나 매장 테스터가 먼저다. 손등이 아니라 턱선에 올리고 서너 시간 뒤 코 옆을 거울로 본다. 지성이거나 얇은 화장이 취향이라면 이번 개편은 건너뛰어도 잃을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