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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맥스가 건강검진 데이터 2,200만 건으로 만든 원형탈모 예측 모델은 두피가 아니라 몸 상태를 읽는다. 유전자 검사·두피 균 검사와 어디가 다른지, 그 결과를 샴푸 선택에 어떻게 써야 하는지 담았다.
AI가 원형탈모 위험을 예측해 준다고 해서 탈모 샴푸 고르기가 쉬워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샴푸로 풀 문제가 아닌 사람”이 누구인지가 더 또렷해진다. 이유는 이 모델이 들여다보는 33개 변수의 성격에 있는데, 공개된 예시 어디에도 두피 상태가 없다. 이 빈자리가 왜 결론을 바꾸는지는 글 후반에서 푼다.
코스맥스는 지난달 30일, 한국과 일본의 국가 건강검진 빅데이터 약 2,200만 건을 학습시킨 원형탈모 예측 모델을 개발했고 특허 출원까지 마쳤다고 밝혔다. 침이나 머리카락 같은 생체 시료를 채취하지 않고 문진 답변만으로 위험도를 계산하는 방식이다. 혈압, 간 수치 같은 의학 지표에 인구통계와 사회경제 지표까지 더해 33개 변수를 본다.

이 알고리즘은 코스맥스의 맞춤형 뷰티 플랫폼 ‘바이닉(BYNIQ)’에 시험 적용됐다. 위험도가 낮게 나오면 ‘소이액트(SOYACT)’ 기반 제품을, 높게 나오면 ‘가녹실(GANOXYL)’이 들어간 제품을 권하는 구조다. 예측에서 끝나지 않고 곧장 제품 추천으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코스맥스라는 이름이 낯설 수 있다. 화장품을 대신 개발하고 생산해 주는 ODM 회사라서, 소비자가 사는 샴푸 앞면에는 브랜드명이 찍히고 코스맥스는 뒷면 ‘제조업자’ 칸에 작게 적힌다. 올해 상반기 이 회사 헤어케어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 65% 늘었고 최근 3년간 헤어 분야 특허 출원이 37건이라는 점을 보면, 이번 모델은 여러 브랜드의 맞춤형 샴푸 뒤에서 돌아갈 엔진에 가깝다.
이 뉴스를 읽을 때 가장 먼저 갈라야 할 것이 탈모의 종류다. 이마선이 올라가거나 정수리가 비는 남성형·여성형 탈모는 호르몬과 유전의 영향을 받아 몇 년에 걸쳐 천천히 진행된다. 원형탈모는 다르다. 면역세포가 모낭을 공격하는 자가면역 질환으로 분류되고, 어느 날 미용실에서 “뒤통수에 동전만 한 자리가 비었다”는 말을 듣는 식으로 갑자기 드러난다.

많이들 “탈모 샴푸는 탈모면 다 해당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는 원형탈모와 패턴형 탈모가 원인부터 다르고, 병원에서 쓰는 치료도 다르다. 원형탈모는 스테로이드 주사나 바르는 약이 기본이고, 패턴형 탈모는 먹는 약과 바르는 약으로 진행을 늦춘다.
그러니 이번 모델이 예측하는 대상은 “머리숱이 줄어들 가능성”이 아니다. 특정 유형의 탈모가 생길 위험이다. 정수리가 걱정인 사람이 이 문진에서 ‘위험도 낮음’을 받았다고 안심할 근거는 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탈모 위험을 미리 알아보는 길은 크게 두 갈래였다. 침을 통에 뱉어 보내는 유전자 검사, 그리고 두피를 면봉으로 문질러 미생물 구성을 보는 마이크로바이옴 분석이다. 둘 다 시료를 채취해 보내고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이번 문진형 모델은 그 번거로움을 없앤 세 번째 길이다.
| 방식 | 필요한 것 | 읽어내는 정보 | 약한 고리 |
|---|---|---|---|
| 유전자 검사 | 침 등 생체 시료, 분석 대기 | 타고난 소인 | 평생 같은 결과라 지금 생활이 반영되지 않는다 |
|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 두피 채취 시료 | 현재 두피 환경 | 샴푸 직후, 계절에 따라 값이 흔들린다 |
| 문진형 AI 모델 | 건강·생활 문진 답변 | 몸 상태와 생활환경 33개 변수 | 두피를 직접 보지 않고, 답변이 부정확하면 결과도 틀어진다 |
세 방식은 우열보다 시야가 다르다. 유전자는 바꿀 수 없는 것을, 두피 균은 오늘의 두피를, 문진은 몸 전체와 생활을 본다. 문진형의 강점은 접근성이다. 건강검진 결과지를 옆에 펴 두고 5~10분 답하면 끝나는 수준이라면, 검사 키트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과정에서 포기하던 사람까지 끌어들일 수 있다.
약점도 분명하다. 간 수치나 혈압을 기억나는 대로 적으면 입력값부터 흔들린다. 그리고 이 모델이 실제로 얼마나 잘 맞히는지를 보여주는 정확도 수치는 이번 발표에 담기지 않았다. 건수 2,200만이 주는 무게감과 예측 성능은 따로 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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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닉에 붙은 추천 구조는 단순하다. 문진 결과에 따라 두 소재 중 하나로 안내한다. 원문 설명에 따르면 소이액트는 탈모 완화 ‘비고시’ 기능성 소재다. 식약처가 미리 정해 둔 고시 성분 목록에 없는 원료라서, 개별로 자료를 내고 심사를 받아야 하는 쪽이라는 뜻이다. 가녹실은 프리미엄 성분으로만 소개됐다.

여기서 하나 짚고 가자.
다음 중 틀린 것은?
① 이번 예측 모델은 침이나 머리카락을 채취하지 않는다.
② 탈모 기능성 샴푸는 “빠진 머리를 다시 나게 한다”고 표시할 수 있다.
③ 원형탈모와 정수리 탈모는 원인이 다르다.
틀린 것은 ②다. 기능성 화장품으로 인정받은 샴푸가 쓸 수 있는 문구는 “탈모 증상 완화에 도움을 주는”까지다. 발모나 치료를 약속하는 표현은 화장품에 허용되지 않는다. 고시 성분이든 비고시 소재든 이 선은 같다.
그렇다면 위험도가 ‘높음’으로 나온 사람에게 더 비싼 샴푸를 권하는 흐름은 어떻게 읽어야 할까. 예측을 만든 회사와 추천 제품의 소재를 만든 회사가 같다는 점은 기억해 둘 만하다. 위험이 높다는 결과는 “더 강한 샴푸가 필요하다”는 뜻일 수도 있지만, “샴푸의 범위를 넘어섰다”는 뜻일 수도 있다. 뒤쪽 해석이 왜 더 타당한지는 마지막 소제목에서 다룬다.
AI 추천이 있든 없든, 고르는 기준은 세 가지로 좁혀진다.
세 번째 기준이 의외로 승부처다. 샴푸는 두피에 머무는 시간이 1~2분에 그치는 씻어내는 제품이다. 성분 하나의 효능보다 석 달, 여섯 달 매일 쓸 수 있느냐가 결과를 가른다. 예를 들어 4만 원대 맞춤 샴푸를 샀는데 감을 때마다 뻣뻣해서 3주 만에 욕실 구석으로 밀려났다면, 1만 원대 기능성 샴푸를 꾸준히 쓴 쪽보다 얻은 것이 적다.
문진형 추천 서비스가 여기서 보탤 수 있는 건 1번과 2번 사이의 정보다. 내 생활과 건강 지표가 위험 쪽에 가까운지를 알려주니까. 다만 3번, 그러니까 내 두피가 그 제형을 견디는지는 문진으로 알 수 없다. 직접 써 봐야 한다.
이미 탈모반이 생긴 사람에게 예측 모델은 쓸모가 없다. 예측은 생기기 전의 일이다. 손가락으로 더듬었을 때 매끈하게 비어 있는 자리가 있거나, 베개에 묻어나는 머리카락이 며칠 사이 확 늘었다면 피부과가 먼저다. 원형탈모는 초기에 치료를 시작할수록 선택지가 넓다.
반대로 가족력도 없고 머리숱 변화도 없는데 불안해서 문진을 해 보려는 사람이라면, 결과가 ‘낮음’으로 나와도 얻는 건 안도감 정도다. 그 안도감에 맞춤 샴푸 값을 치를지는 각자의 몫이지만, 필자라면 그 돈을 드럭스토어 기능성 샴푸와 두피 전용 브러시에 나눠 쓰겠다.
이 서비스가 제값을 하는 구간은 좁다. 탈모 증상은 아직 없는데 야근과 수면 부족이 길어졌고, 건강검진 수치가 작년보다 나빠진 사람. 유전자 검사 키트까지는 번거롭고 지금 상태를 가볍게 점검하고 싶은 사람이다.
처음에 미뤄 둔 이야기로 돌아간다. 공개된 변수는 혈압, 간 수치, 인구통계, 사회경제 지표다. 건강검진 데이터로 학습했으니 당연한 구성이다. 검진표에는 두피 사진도, 피지량도 없다. 즉 이 모델이 ‘위험 높음’이라고 말할 때 가리키는 것은 두피가 아니라 몸과 생활이다.
코스맥스도 탈모에 신체 상태 외에 생활환경과 사회심리적 요인이 함께 작용한다는 점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제를 끝까지 밀고 가면 결론이 달라진다. 위험도를 높인 변수가 혈압이나 간 수치, 생활 여건이라면 그 숫자를 움직이는 건 샴푸가 아니다. 수면, 음주, 체중, 스트레스 쪽이다.
그래서 이 AI의 가장 값진 출력은 제품 추천 화면이 아니다. “당신의 탈모 위험은 욕실 선반 바깥에서 온다”는 신호다. 탈모 샴푸를 더 잘 고르게 해 줄 기술이라고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따져 보면 샴푸를 바꿀 이유가 없다는 걸 알려주는 기술에 더 가깝다. 위험도가 높게 나온 사람이 먼저 열어 볼 것은 장바구니가 아니라 지난 건강검진 결과지다.
다음에 볼 것: 바이닉 시험 적용이 정식 서비스로 넘어갈 때 예측 정확도 수치가 함께 공개되는지, 그리고 7월 설립된 일본 합작법인 트라이넥스가 이 문진을 현지 미용실 채널에 얹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