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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이 9월 18일 마무리한 고교생 게임 개발 프로그램 베터그라운드 하이스쿨. 6개국 1000여 명에서 17개 팀 66명까지 좁혀진 과정과, 4년 누적 수료율이 말해주는 것.
게임회사가 하는 사회공헌이라고 하면 예전에는 PC방 기부, 지역아동센터 컴퓨터 설치, 게임문화 캠페인 같은 것이었다. 회사가 버는 돈과 쓰는 곳이 따로 놀았다. 지금 크래프톤이 하는 건 다르다. 자기 회사 개발자들을 멘토로 붙여서 고등학생한테 게임을 끝까지 만들게 한다. 결과물이 나오고, 시연 부스가 깔리고, 수료 여부가 숫자로 남는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에서 가장 많은 걸 말해주는 숫자는 참가자 수가 아니다. 뒤에서 다시 꺼낸다.
장소는 서울 성동구 펍지 성수. 크래프톤이 운영하는 공간이다. 행사 이름은 ‘2026 베터그라운드 파이널’, 성격은 최종 성과공유회다. 크래프톤은 사흘 뒤인 21일에 이 내용을 공식 발표했다.

참가 규모는 한국 12개 팀, 아시아 지역 5개 팀을 합쳐 총 17개 팀 66명. 팀당 평균 네 명 정도다. 학생들이 들고 온 게임 장르는 액션, 퍼즐, 시뮬레이션, 공포, 교육형까지 갈렸다. 고등학생이 만든 습작이라고 하면 보통 플랫포머나 간단한 퍼즐을 떠올리는데, 공포 장르가 섞여 있다는 건 연출과 사운드까지 손댄 팀이 있다는 뜻이다.
진행 방식은 두 겹이었다. 팀별로 부스를 차려 놓고 관람객이 직접 플레이해보게 하는 시연, 그리고 무대에 올라가 기획 배경과 특징을 설명하는 발표. 여기에 참가팀끼리 서로의 게임을 돌려 해보는 시간이 들어갔다. 개발 과정에서 막혔던 지점과 해결 방식을 공유하는 자리도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신청만 하면 끝까지 가는 구조가 아니다. 단계마다 인원이 줄어든다. 표로 보면 차이가 선명하다.
| 단계 | 시기 | 내용 | 규모 |
|---|---|---|---|
| Play | 2026년 4월 | 온라인 진로 탐색 과정 | 6개국 청소년 약 1000명 |
| 기획안 심사 | Play 종료 후 | 제출한 게임 기획안 평가 | 통과 팀만 다음 단계 |
| Day | 심사 통과 후 | 크래프톤 구성원의 강의·집중 멘토링 | 선발 팀 대상 |
| Up | 약 3개월 | 온라인 후속 멘토링, 게임 완성 | 선발 팀 대상 |
| Final | 2026년 9월 18일 | 부스 시연·무대 발표 | 17개 팀 66명 |
시작이 1000명, 끝이 66명이다. 물론 Play는 진로 탐색 성격의 온라인 과정이라 여기 참여한 1000명이 전부 게임을 만들겠다고 달려든 건 아니다. 그래도 기획안 심사라는 관문이 중간에 있다는 건 분명하다.
구조를 뜯어보면 Day와 Up의 역할이 다르다. Day는 크래프톤 직원이 강의와 멘토링을 몰아서 주는 집중 구간이고, Up은 3개월 동안 온라인으로 따라붙는 구간이다. 게임 개발에서 진짜 고비는 후자다. 기획안까지는 누구나 신나게 쓴다. 문제는 그다음 석 달이다.
개인 프로젝트로 게임을 만들어본 사람이면 알겠지만, 미완성으로 끝나는 이유는 대개 실력이 아니다. 시간이다. 특히 고등학생은 중간고사, 기말고사, 수행평가가 3개월 안에 최소 한 번씩은 들어온다. 예를 들어 5월 중순에 기획안이 통과된 팀이라면 6월 말 기말고사와 7~8월 방학을 통과해 9월 발표까지 가야 한다. 시험 기간 2주는 사실상 개발이 멈춘다.

여기서 팀 단위라는 조건이 양날의 칼이 된다. 혼자면 내 일정만 보면 되는데, 네 명이면 네 명의 시험 일정과 학원 스케줄이 다 다르다. 학교가 다른 팀이면 시험 주간조차 안 맞는다. 반대로 팀이라서 버티기도 한다. 혼자 하면 그냥 접지만, 팀원이 기다리고 있으면 새벽에라도 커밋을 하나 올리게 된다.
2023년부터 4년간 베터그라운드 하이스쿨에 참여한 누적 인원은 561명이다. 이 가운데 과정을 끝까지 마친 최종 수료자는 몇 명일까?
479명이다. 수료율로 따지면 약 85%. 이 숫자를 보고 “생각보다 높네”라고 느꼈다면 제대로 본 것이다. 무료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의 완주율이 한 자릿수에서 10%대에 머무는 경우가 흔하다는 걸 떠올리면, 85%는 성격이 완전히 다른 숫자다. 단, 이 561명은 Play 단계 참여자 전체가 아니라 본 과정에 참여한 인원 기준으로 읽는 게 맞다. 1000명 대비가 아니라는 뜻이다.
85%가 나오는 이유는 세 가지 장치로 설명된다.
첫째, 기획안 심사가 앞에 있다. 심사를 통과하려고 기획안을 쓰는 순간 이미 한 번 걸러진다. 그냥 호기심으로 신청한 사람은 이 단계에서 빠진다. 둘째, 멘토가 실제 개발자다. 현업에서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 붙으면 “이 부분은 범위를 줄이자” 같은 판단을 대신 내려준다. 고등학생 팀이 자멸하는 가장 흔한 경로가 기획 욕심인데, 이걸 초반에 잘라주는 사람이 있느냐 없느냐가 완성 여부를 가른다. 셋째, 끝에 발표 자리가 있다. 날짜가 박힌 무대가 있으면 사람은 어떻게든 그 날짜에 맞춘다.
이 조합은 대학 캡스톤 디자인 수업 구조와 거의 같다. 다른 점이라면 학점이 안 걸려 있다는 것, 그리고 멘토가 교수가 아니라 현업 개발자라는 것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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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점만 쓰면 홍보물이 된다. 이 프로그램의 약한 부분도 짚어야 한다.

일단 대상이 좁다. 올해 파이널에 선 건 17개 팀이다. 한국 전체 고등학생 수를 생각하면 통계적으로는 없는 것에 가까운 규모다. 진로 탐색 단계인 Play가 1000명 규모로 열려 있긴 하지만, 실제로 게임을 완성하는 경험까지 가려면 팀을 꾸리고 기획안을 통과해야 한다. 이미 어느 정도 개발에 발을 담근 학생에게 유리한 구조다.
또 하나. 게임 개발 경험이 입시에 직결되지는 않는다. 학생부 기재나 대학 전형과 이 프로그램의 관계는 공개된 내용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진로 탐색이나 포트폴리오 목적이라면 의미가 있지만, 생기부 한 줄을 기대하고 들어가는 건 방향이 어긋난다.
그래서 이런 학생에게는 별로다. 게임을 만들고 싶은 게 아니라 “스펙이 될 만한 대외활동”을 찾는 경우, 3개월을 쏟을 여유가 없는 고3, 팀 작업이 체질에 안 맞는 경우. 이 셋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다른 선택지가 낫다. 혼자 유니티나 고도(Godot) 엔진으로 작은 게임을 만들어 itch.io에 올려보는 쪽이 시간 대비 남는 게 많을 수도 있다.
베터그라운드는 하이스쿨 하나가 아니다. 대학생 대상으로 ‘베터그라운드 유니버시티’가 별도로 운영된다. 두 갈래를 비교하면 이렇다.
| 구분 | 베터그라운드 하이스쿨 | 베터그라운드 유니버시티 |
|---|---|---|
| 대상 | 고등학생(국내·아시아) | 대학생 |
| 협력 기관 | JA코리아(청소년 교육 NGO) | 사단법인 점프 |
| 2026년 성과 | 17개 팀 66명 파이널 진출 | 공개된 수치 없음 |
| 누적(2023~) | 참가 561명, 수료 479명 | – |
협력 기관이 다르다는 점은 그냥 넘길 대목이 아니다. JA코리아는 국제 청소년 경제·진로 교육 단체의 한국 조직이고, 사단법인 점프는 교육 격차 해소 쪽에서 활동해온 곳이다. 같은 브랜드를 달고 있어도 운영 방식과 모집 경로가 다를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고3이라 올해 하이스쿨을 놓쳤다면 유니버시티 쪽 모집 공고를 대학 입학 후에 찾아보는 게 현실적이다. 반대로 고1·고2라면 내년 4월 Play 과정을 노리는 편이 맞다.
기업 사회공헌은 보통 3년을 못 넘긴다. 담당자가 바뀌거나 예산이 잘리면 조용히 사라진다. 베터그라운드가 2023년부터 4회째 이어지는 건 그 자체로 정보다.
크래프톤 입장에서 계산이 서는 구조이기도 하다. 게임업계는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는 분야고, 특히 국내 개발자 풀은 한정돼 있다. 고등학생 때 자기 회사 개발자에게 멘토링을 받은 경험은 몇 년 뒤 진로 선택에서 작동한다. 아시아 5개 팀을 초청한 것도 같은 선상에서 읽힌다. 크래프톤은 인도를 비롯한 해외 시장에 오래 투자해온 회사다.
김태륜 크래프톤 대외협력실장은 이 프로그램을 두고 학생들이 기술 역량뿐 아니라 협업, 소통, 문제 해결 같은 사회적 역량까지 키우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쪽 표현이니 감안해서 들을 필요는 있지만, 팀으로 3개월을 굴려 결과물을 내는 구조 자체가 그런 방향으로 설계돼 있는 건 맞다.
17개 팀, 66명, 85% 수료율. 이 세 숫자를 붙여 놓고 보면 하나의 원칙이 나온다.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의 성패는 콘텐츠의 질보다 완주 장치에서 갈린다는 것이다.
좋은 강의는 유튜브에 널렸다. 유니티 튜토리얼도, 게임 기획 강좌도 무료로 볼 수 있다. 그런데 그걸 보고 게임을 끝까지 만드는 고등학생은 드물다. 차이를 만드는 건 강의 내용이 아니라 ① 진입 전 최소한의 선별, ② 판단을 대신 내려줄 사람, ③ 날짜가 박힌 마감이다. 베터그라운드는 이 세 개를 순서대로 배치했고, 그 결과가 479명이라는 수료자 숫자다.
자녀나 본인의 진로 프로그램을 고를 때도 이 잣대를 그대로 쓸 수 있다. 커리큘럼 설명이 아무리 화려해도 마감이 없고 멘토가 없으면 완주율은 떨어진다. 반대로 내용이 평범해도 이 셋이 갖춰져 있으면 결과물이 남는다. 청소년 지원 사업이나 교육 관련 정책 공고를 찾을 때는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에서 부처별 발표를 훑어보면 민간 프로그램과 비교할 기준이 생긴다.
올해 일정은 9월 18일 파이널로 닫혔다. 2027년 과정을 노린다면 기준점은 4월이다. 2026년 Play 과정이 4월에 열렸으니 비슷한 시기에 모집이 뜰 가능성이 크다. 겨울방학 동안 유니티든 고도든 엔진 하나를 붙잡고 작은 프로젝트를 하나 끝내 놓으면, 4월에 기획안을 쓸 때 쓸 재료가 생긴다.
JA코리아 공지와 크래프톤 공식 채널을 3월 말부터 확인하는 게 현실적인 동선이다. 2027년 4월, 그때가 이 프로그램의 다음 출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