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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으로 나간 헤어케어 원료 매출이 한 해 만에 7배로 뛰었다. 브랜드 이름 대신 성분표 앞 다섯 줄을 읽는 법, 세정 계열별로 유리한 두피가 갈리는 지점까지 풀었다.
650%. 미국의 한 더마 헤어케어 브랜드로 들어간 원료 매출이 1년 만에 늘어난 폭이다. 샴푸 브랜드가 아니라 그 안에 들어가는 원료를 대는 쪽 숫자다. 헤어케어를 고를 때 우리가 보는 건 늘 병 앞면인데, 정작 시장이 움직인 자리는 뒷면이었다. 뒷면에서 실제로 읽을 줄은 네 줄이면 끝나는데, 그게 어디인지는 뒤쪽에서 한 줄씩 짚는다.
이 기사는 증권사 리포트에서 나온 이야기라 숫자가 주가 쪽으로 기울어 있다. 그런데 그 숫자를 뒤집어 보면 요즘 헤어 매대가 왜 이렇게 바뀌었는지가 꽤 선명하게 보인다. 두피 제품 앞에서 30분씩 고민해본 사람이라면 특히 그렇다.
하나증권이 9월 28일 내놓은 분석에 따르면 대봉엘에스는 화장품 소재와 원료의약품 두 축으로 굴러간다. 이 중 화장품 소재가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한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늘었다. K-뷰티가 밖에서 팔리면 국내 원료사 장부가 먼저 두꺼워지는 구조다.

최근 늘어난 쪽은 미주 지역 헤어케어다. 더마 헤어케어 브랜드로 미국에서 성공한 L사향 매출이 약 7배, 세티올 얼티메이트라는 원료 매출이 8배로 뛰었다. 여기에 아이크림용 원료, PDRN, 진생 펩타이드가 성장을 끌고 있다고 적혀 있다. 3분기 별도 기준으로 매출 256억원, 영업이익 24억원이 예상치인데 영업이익 증가율만 672%다.
숫자 자체는 투자자용이다. 다만 소비자 입장에서 읽을 부분은 따로 있다. 미국 시장에서 반응이 온 카테고리가 색조도 기초도 아니고 두피·모발 쪽이었다는 점, 그리고 그 제품들이 ‘더마’를 붙이고 팔렸다는 점이다. 국내 매대가 2~3년 사이 두피 전용 코너를 키운 것과 같은 흐름 위에 있다.
기사에 나온 원료 이름을 들고 집에 있는 샴푸 뒷면을 뒤져봐도 그 글자는 안 나온다. 당연하다. 업계가 쓰는 건 원료 회사가 붙인 상품명이고, 화장품 전성분에 적히는 건 국제 표기 규칙에 따른 성분명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원료 상품 안에 성분이 둘, 셋 들어 있으면 뒷면에는 그게 각각 흩어져서 적힌다.
참고로 이건 잘 안 알려져 있는데, 국내 표기 규칙상 함량 1% 이하 성분은 순서를 지키지 않고 적어도 된다. 그래서 성분표 중간 아래쪽부터는 순서에 의미가 거의 없다. 앞에서 세 번째에 있는 성분과 열다섯 번째에 있는 성분의 차이는 크지만, 열다섯 번째와 스물두 번째 사이에는 순서만으로 알 수 있는 게 없다는 뜻이다.
브랜드가 “OO 성분 함유”를 크게 써두고 정작 그 성분이 향료보다 뒤에 있는 경우가 흔한 것도 이 규칙과 붙어 있다. 원료 매출이 8배 늘었다는 뉴스를 보고 그 원료가 든 제품을 찾아 나서는 건, 솔직히 순서가 뒤집힌 일이다. 원료 수요는 브랜드가 잘 팔려서 늘어난 결과지, 그 원료가 좋아서 브랜드가 잘 팔린 게 아니다.
두피 트러블이 반복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 제품을 바꿀 때 홍보 문구를 기준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탈모 케어에서 두피 진정으로, 다시 각질 케어로 옮겨 다니는데 정작 세정 성분은 세 제품이 거의 같은 계열인 경우가 있다. 그러면 체감이 안 바뀐다.

샴푸에서 사용감을 결정하는 건 물 다음에 나오는 두세 줄이다. 거품이 얼마나 나는지, 감고 난 뒤 두피가 당기는지, 저녁까지 기름이 얼마나 차는지가 거기서 갈린다. 뒤에 붙은 기능성 성분은 샴푸가 두피에 머무는 1~2분 안에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다. 씻어내는 제품이라는 전제를 빼놓고 성분표를 읽으면 계속 헛돈다.
예를 들어 주 4회 운동하고 저녁에 감는 패턴이라면, 아미노산계 저자극 샴푸 하나로 버티는 게 오히려 두피에 부담이 된다. 땀과 왁스가 덜 씻겨서 다음 날 오후면 정수리부터 눌린다. 반대로 하루 한 번 아침에만 감고 스타일링 제품을 안 쓰는 사람이 설페이트계 강세정 샴푸를 매일 쓰면 모발 끝이 먼저 상한다.
| 계열 | 성분표에 보이는 이름 | 잘 맞는 상황 | 아쉬운 점 |
|---|---|---|---|
| 설페이트계 | 소듐라우릴설페이트, 소듐라우레스설페이트 | 하루 만에 기름이 차는 지성, 왁스·스프레이 쓴 날 | 건조·염색모는 색이 빨리 빠지고 끝이 뻣뻣해진다 |
| 아미노산계 | 소듐코코일글리시네이트, 코코일글루타믹애씨드 계열 | 감고 나면 당기는 건성, 두피가 잘 붉어지는 경우 | 거품이 적어 두 번 감게 되고 가격대가 높다 |
| 베타인·글루코사이드 위주 | 코카미도프로필베타인, 데실글루코사이드 | 초민감성, 아이와 같이 쓰는 경우 | 기름 컨트롤이 약해 정수리가 금방 눌린다 |
세 칸 중 어디가 좋다는 표가 아니다. 지금 쓰는 샴푸가 어느 칸인지 모르는 상태로 다음 제품을 고르는 게 문제라는 표다. 같은 브랜드 라인 안에서도 제품마다 계열이 다르게 들어간다.
현실적인 조합은 한 계열을 고정하는 게 아니라 두 개를 돌리는 쪽이다. 평일에는 순한 계열, 운동하거나 스타일링 제품을 쓴 날에는 세정력이 있는 계열을 쓰는 식이다. 샴푸 두 통을 동시에 여는 게 낭비처럼 보이지만, 안 맞는 걸 끝까지 쓰다가 두피가 뒤집혀 병원비가 나가는 것보다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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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들 실리콘이 두피에 쌓여서 모공을 막고 결국 탈모로 이어진다고 알고 있다. 실제로는 샴푸에 들어가는 실리콘 대부분이 다음번 세정으로 씻겨 나가고, 이게 탈모의 원인이라는 근거는 확인된 바가 없다. 노실리콘 제품을 쓰고 머릿결이 나빠졌다고 느끼는 사람이 더 자주 나오는 이유도 같은 자리에 있다.
실리콘은 모발 겉을 코팅해서 빗질 저항을 줄이고 열에서 버티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걸 빼면 감을 때 손가락이 걸리고, 드라이 과정에서 마찰로 상하는 양이 늘어난다. 노실리콘을 택할 이유가 없는 건 아니다. 볼륨이 중요한 가는 모발이라면 코팅이 무게로 작용해서 눌리는 느낌이 온다. 그 경우엔 빼는 쪽이 맞다.

정리하면 실리콘은 두피 문제가 아니라 모발 취향 문제에 가깝다. 두피가 가렵고 각질이 생기는 상황이라면 실리콘 유무를 따지기 전에 세정 계열과 감는 횟수, 헹구는 시간을 먼저 건드려야 한다. 샴푸를 두피에 붓고 30초 만에 헹궈내는 습관이 노실리콘 제품 열 통보다 영향이 크다.
기사에 ‘더마뷰티 유행으로 원료의약품 부문과의 기술적 시너지가 발생한다’는 대목이 있다. 이 회사가 원료의약품 쪽에서 에피나코나졸 공결정형, L-엘도스테인, 아질사르탄 신규염, 리라글루티드까지 네 개 개량신약을 준비 중이라는 내용도 함께 나온다. 화장품 원료를 다루던 조직이 의약품 원료를 같이 다루면서 생기는 접점이 있다는 뜻이다.
더마 헤어케어가 값이 붙는 지점도 비슷한 자리다. 피부 쪽에서 쓰이던 성분과 임상 데이터 정리 방식이 두피로 내려오면서, 자극 테스트나 사용 시험 결과를 앞세우는 제품이 늘었다. PDRN이나 펩타이드처럼 원래 피부 관리 쪽 단어였던 게 샴푸 앞면에 올라온 것도 이 흐름이다.
다만 ‘더마’라는 말 자체는 법으로 정해진 등급이 아니다. 두피 자극 시험을 거쳤다는 표기와, 그냥 이미지로 붙인 더마는 병 앞면에서 구분이 안 된다. 가격이 두 배인 제품을 살 때 확인할 건 브랜드 성격이 아니라 어떤 시험을 몇 명 대상으로 했는지가 적혀 있느냐다. 그 문장이 없으면 값의 근거가 없는 셈이다.
앞에서 미뤄둔 부분이다. 뒷면 스무 줄을 다 읽을 필요는 없고, 볼 자리는 네 군데로 줄어든다. 매대 앞에서 30초면 끝난다.
네 줄 중에서 가장 값을 하는 건 첫 번째다. 두피 제품에 매달 3만원 넘게 쓰면서도 효과를 못 느꼈다면, 세정 계열이 계속 같은 칸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 한 줄만 바꿔도 두 통 안에 차이가 드러난다.
거꾸로 말하면 성분표를 아무리 잘 읽어도 안 되는 영역이 있다. 유전성 탈모의 진행 속도는 샴푸로 바꾸는 게 아니다. 샴푸가 하는 일은 두피 환경을 나쁘지 않게 유지하는 쪽에 가깝고, 그 이상을 약속하는 문구가 병에 적혀 있다면 그건 광고 문구로 읽는 게 맞다.
정수리 기름이 오후 3시면 티가 나는 지성 두피라면 설페이트계를 기본으로 두고, 건조해지는 계절에만 아미노산계를 섞는다. 감을 때 두 번 거품 내지 말고 한 번으로 끝내되 헹구는 시간을 1분 이상 가져가는 편이 낫다. 기름이 다시 차는 속도는 세정 횟수보다 헹굼 부족과 더 붙어 있다.
감고 나면 두피가 조이고 각질이 하얗게 일어나는 건성이라면 아미노산계로 옮기되 거품이 적은 걸 감수해야 한다. 이때 흔한 실패는 거품이 안 나서 샴푸를 두 배로 짜는 것이다. 양을 늘리는 대신 손바닥에서 물과 섞어 먼저 거품을 만든 다음 두피에 올리면 같은 양으로 커버된다.
반대로 더마 헤어케어 제품을 권하지 않는 경우도 분명하다. 두피에 아무 증상이 없고 모발 끝 손상만 고민이라면, 3만~5만원대 두피 샴푸보다 트리트먼트나 아웃바스 제품에 그 돈을 쓰는 쪽이 체감이 크다. 샴푸는 씻어내고 트리트먼트는 남는다. 남는 쪽에 투자하는 게 손상모에서는 계산이 맞는다.
지금 욕실에 있는 샴푸를 꺼내서 뒷면을 보면, 물 다음에 오는 세 줄에 뭐가 적혀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