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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5일 안민석 경기도교육감이 남양주 오남고를 찾은 이유부터 RAS교육이 정확히 뭘 뜻하는지, 같은 날 조원청사에서 전달된 교사노조의 100가지 요구안까지 헷갈리는 부분 없이 담았다.
“RAS교육”이라는 단어를 처음 본 사람이라면 검색창부터 열었을 것이다. 9월 15일 안민석 경기도교육감이 남양주 오남고등학교를 찾으면서 이 낯선 표현이 갑자기 실시간 검색어 자리를 차지했다. 그런데 이날 교육감의 일정표에는 오남고 방문 말고도 성격이 전혀 다른 만남이 하나 더 잡혀 있었다. 그 이야기는 글 후반부에 다시 나온다.
RAS는 독서(Reading), 예술(Art), 스포츠(Sports) 세 단어의 앞글자를 딴 말이다. 경기도교육청이 밀고 있는 이 방식은 새로운 교과목을 만드는 게 아니라, 기존 학교 일상 속에 독서·예술·체육 활동을 자연스럽게 엮어 넣는 쪽에 가깝다. 정규 수업 시간표를 통째로 바꾸는 대신 방과후학교와 학생 자율동아리, 도서관 연계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식이다.

안 교육감이 이 개념을 특히 강조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그는 오남고 방문 자리에서 “인공지능 시대에는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인재가 필요하며, 이를 키우는 데 RAS교육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AI가 정보 처리와 계산을 대신하는 시대일수록 책을 읽고 예술을 해석하고 몸을 움직이는 경험이 오히려 희소해진다는 논리다.
RAS교육은 초·중학교보다 고등학교에서 도입 사례를 찾기가 훨씬 드물다는 점도 짚어둘 필요가 있다. 대입 준비 부담이 큰 고등학교 3년 동안 이런 활동에 시간을 낼 학교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오남고 사례가 따로 조명받는 이유도 여기서 시작된다.
이날 안 교육감은 운동장과 농구장부터 들렀다. 학생들이 미니축구와 농구 등 체육활동을 하는 모습을 지켜본 뒤, 아람터라는 공간으로 이동해 벽화 체험과 사제동행 토론에 참여하는 동아리 학생들을 만났다.
복도와 중정에는 학생들이 만든 미디어아트 작품, 독서·미술 활동 결과물이 전시돼 있었다. 안 교육감은 이 공간을 하나씩 둘러보며 학생들과 대화를 나눴다.
이날 방문의 중심은 학생들이 직접 만든 ‘오남 RAS길’이었다. 학생 해설사들이 도슨트로 나서 ‘책을 넘고 예술을 건너 세상에 닿다’라는 주제로 문학과 미술, 음악, 과학을 넘나드는 해설과 공연을 선보였다.
독서·예술·체육을 학교에 접목하려는 시도가 이번에 처음 나온 건 아니다. 중학교 자유학기제는 시험 부담을 줄이고 진로 탐색 활동을 넣는 방식이었고, 예술강사 지원사업은 외부 강사를 학교에 파견해 미술·음악 수업을 보강하는 형태였다. 독서인증제처럼 일정 권수를 읽으면 기록을 남겨주는 제도도 오래전부터 있었다.
RAS교육이 이런 기존 정책들과 다른 지점은 하나로 묶는 방식에 있다. 독서, 예술, 체육을 따로 운영하지 않고 한 학교의 일상 동선 안에 함께 넣는다는 게 핵심이다. 오남고에서 도서관 연계 독서활동과 동아리 미술 활동, 체육 시간이 같은 프로그램 이름 아래 묶여 돌아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이렇게 여러 요소를 하나로 묶다 보니 학교 입장에서는 담당 교사와 예산 항목을 어떻게 나눌지가 새로운 과제로 남는다. 기존 제도는 부서별로 따로 운영해도 됐지만, RAS교육은 부서 간 협업이 전제돼야 굴러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고등학교는 대입 준비만으로도 빠듯해서 독서나 예술, 체육 활동에 쓸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오남고는 이 통념과 반대로 움직인 사례다.
오남고는 정규 교육과정 자체를 바꾸지 않았다. 대신 방과후학교 시간과 학생 주도 자율동아리를 RAS활동과 연결했고, 지역 공공도서관과 연계한 독서교육, 교과교사와 사서교사의 협력 수업, 학생 책쓰기 활동까지 병행했다. 시간표를 새로 짜는 대신 기존 틀 안에서 활동을 재배치한 셈이다. 꽉 짜인 퍼즐 조각을 새로 만들지 않고 자리만 바꿔 끼운 모양에 가깝다.
안 교육감은 이 지점을 두고 “고등학교에서는 입시교육 때문에 RAS교육이 어려울 것이라는 편견을 오남고가 깨뜨렸다”고 평가했다. 학교 하나의 사례를 두고 이렇게까지 힘줘 말한 데는, 도교육청이 이 모델을 다른 고등학교로 넓히려는 의도도 함께 담겨 있다.
학생 해설사들이 이날 다룬 작품은 네 가지다. 이광수의 소설 ‘무정’, 스페인 건축가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정선의 ‘인왕제색도’, 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이다. 학생들은 이 네 작품을 각자의 시선으로 재해석해 문학·과학·미술·음악을 오가는 공연으로 엮었다.

다음 중 ‘오남 RAS길’에서 학생 해설사가 실제로 다루지 않은 인물은 누구일까? ① 이광수 ② 정약용 ③ 정선 ④ 윤동주
정답은 ②번, 정약용이다. 정약용은 안 교육감이 취임 첫날 찾은 남양주 생가의 주인공일 뿐, 이번 오남 RAS길 해설 목록에는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같은 남양주를 배경으로 하다 보니 헷갈리기 쉽지만, 두 일정은 시기도 장소도 다른 별개의 방문이었다.
학생 수 900명 정도의 평범한 일반고 하나가 오남고 방식을 그대로 옮겨 온다고 가정해보자. 이는 실제 사례가 아니라 이해를 돕기 위한 가상의 상황이다. 첫 단계는 새 예산을 신청하는 게 아니라 기존 방과후학교 시간표와 동아리 명단부터 다시 들여다보는 일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술 동아리와 문예 동아리, 체육 동아리가 따로 놀고 있었다면 이걸 하나의 학기 프로젝트로 묶는 조정 작업이 먼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흔히 부딪히는 지점은 담당 교사 배정이다. 독서 담당과 예술 담당, 체육 담당이 서로 다른 교과라서 협의체를 새로 만들어야 하는데, 이 협의체를 누가 이끌지에 대한 합의가 없으면 프로그램이 이름만 바뀐 채 예전 방식대로 굴러가기 쉽다. 오남고가 사례로 주목받는 이유도 이 조정을 실제로 해냈다는 데 있다.
반대로 학생 자율동아리 활동이 이미 활발한 학교라면 새로 만들 게 많지 않다. 기존 동아리 발표회를 ‘오남 RAS길’ 같은 형태로 재구성하고, 도서관과의 연계만 추가하면 되는 정도라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다.
오남고 사례를 영역별로 나눠보면 아래와 같다.
| 영역 | 활동 내용 | 연계 방식 |
|---|---|---|
| 독서(Reading) | 지역 공공도서관 연계 독서활동, 학생 책쓰기 프로그램 | 교과교사·사서교사 협력 수업 |
| 예술(Art) | 벽화 체험, 미디어아트 전시, 학생 도슨트 공연 | 동아리·방과후학교 |
| 스포츠(Sports) | 미니축구, 농구 등 체육활동 | 운동장·농구장 상시 활용 |
세 영역 모두 새 예산이나 새 교사를 투입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기존에 있던 도서관, 동아리 시간, 체육 시설을 어떻게 배치하느냐의 문제에 가깝다는 점이 이 표에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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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남고 관련 자료에는 ‘학교 공간을 새롭게 구성했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 이 표현만 보면 오남고만의 독자적인 시도처럼 보이지만, 복도나 중정을 전시 공간으로 바꾸는 방식은 교육부가 2019년부터 추진해 온 학교 공간혁신사업의 흐름과 맞닿아 있다. 낡은 학교 건물의 유휴 공간을 학생 활동 공간으로 바꾸는 사업인데, 오남고는 이 틀 안에서 확보한 여유 공간을 RAS교육 전시장으로 활용한 셈이다.
다만 공간혁신사업과 RAS교육을 곧바로 같은 사업으로 묶어 보기는 어렵다. 공간혁신사업은 시설 예산이 중심이고, RAS교육은 그 공간을 무엇으로 채우느냐에 가까운 운영 방식이기 때문이다. 오남고 사례가 특별해지는 지점은 두 사업을 따로 두지 않고 하나로 이어 붙였다는 데 있다.
공간과 프로그램을 같이 손댄 학교와, 프로그램만 새로 얹은 학교의 결과물은 다를 수밖에 없다. 아람터 같은 공용 공간이 없는 학교라면 도서관 로비나 빈 교실 한 칸을 활용하는 식으로 규모를 줄여 시작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안 교육감이 인문학적 소양을 강조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시간 순서로 짚어보면 아래와 같다.

세 일정을 나란히 놓고 보면 방향이 하나로 모인다. 입시 성적이나 행정 실적보다 학생과 교사가 학교에서 실제로 어떤 시간을 보내는지를 계속 문제 삼아온 셈이다.
RAS교육이 고등학교 사례로만 소개되다 보니, 초등학교나 중학교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인지 궁금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방문 관련 자료 어디에도 ‘초·중학교는 대상이 아니다’라는 설명은 없다. 오히려 앞서 짚었듯 고등학교가 입시 부담 때문에 이런 활동을 하기 어렵다고 여겨져 온 쪽이었고, 초·중학교는 창의적 체험활동이나 자유학기제처럼 비슷한 성격의 시간을 이미 확보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오남고 사례가 특별히 조명받은 이유도 여기서 풀린다. RAS교육 자체가 새로운 개념이라기보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없던 고등학교에서도 통한다는 걸 보여준 사례라서 뉴스가 됐다고 보는 편이 맞다.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라면 굳이 RAS라는 이름을 찾기보다, 다니는 학교의 방과후학교나 자유학기제 프로그램 안에 독서·예술·체육이 이미 섞여 있는지부터 확인해보는 쪽이 더 실용적이다.
오남고 방문과 별도로, 이날 경기도교육청 조원청사에서는 경기교사노조가 안 교육감에게 ‘G-Needs 100’이라는 이름의 요구안을 전달했다. 지난 7월 교권포럼에서 안 교육감이 직접 정리를 제안했던 그 100가지다.
요구안은 교육활동 보호 및 교원 권리 보장, 행정업무 정상화, 교원 처우 및 근무여건 개선, 교원의 전문적 자율성과 학교 민주주의 보장, 교육환경 개선까지 다섯 갈래로 나뉜다. 정치기본권 보장이나 아동학대 관련 법령 개정처럼 국회 입법이 필요한 장기 과제부터, 교직수당 인상이나 건강검진비 지원처럼 도교육청 차원에서 바로 손댈 수 있는 항목까지 섞여 있다.
채유경 경기교사노조 위원장은 “먼지같이 쌓여있는 아주 많은 행정업무들이 교사를 옭아매고 있다”며 당장 바꿀 수 있는 행정 업무 관련 항목도 여럿 담았다고 설명했다. 안 교육감은 “선생님들을 신뢰한다”며 “최대한 수용해서 고치려고 한다”고 답했다.
첫째, RAS활동이 학교생활기록부에 어떻게 기록되는지다. 오남고 사례에서는 동아리 활동과 방과후학교 참여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기존 동아리 기록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번 방문 자료에는 생기부 반영 방식에 대한 별도 설명은 나와 있지 않다.
둘째, 성적이나 입시에 직접 도움이 되는지다. 안 교육감의 발언은 “인문학적 소양”이라는 장기적 역량을 강조하는 쪽이지, 특정 대입 전형에서 가산점을 준다는 취지는 아니다. 학생부종합전형에서 활동 기록이 하나의 참고 자료로 쓰일 수는 있어도, 그 이상의 직접적 연결고리는 이번 발표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셋째, 우리 학교에도 도입되는지 여부다. 도교육청은 오남고 사례를 도내 학교로 확산하겠다는 방향만 밝혔을 뿐, 특정 학교 명단이나 신청 절차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관심 있는 학부모라면 자녀 학교의 방과후학교 운영 계획이나 동아리 편성 시기에 관련 안내가 붙는지 확인하는 편이 빠르다.
도교육청은 오남고 같은 우수사례를 도내 학교로 확산하겠다는 방향을 밝혔지만, 구체적인 로드맵까지 나온 상태는 아니다. 이 부분은 확인이 필요하다.
오남고 사례를 보면 정규 교과에 새 과목을 얹는 방식이 아니라 기존 동아리와 방과후 시간을 재배치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예산보다 학교장의 의지와 시간표 조정 여력이 더 큰 변수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 같은 예산이 주어져도 학교마다 결과물이 다르게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입시 부담이 오남고보다 훨씬 큰 특목고나 자사고에서도 같은 모델이 통할지는 아직 사례로 증명되지 않았다. 일반고 중에서도 학교 규모나 지역 여건에 따라 방과후학교 운영 방식이 제각각이라, 오남고 모델을 그대로 옮기기보다는 각 학교가 변형해서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
학교 교육정책과 관련한 공식 발표나 후속 소식은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에서 확인할 수 있다.
“RAS교육”을 검색해서 이 글에 들어온 사람이라면 이제 답이 명확해졌을 것이다. 그리고 이날 안 교육감의 일정에 나란히 적혀 있던 오남고와 조원청사, 이 두 장소는 결국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학교가 학생과 교사의 시간을 어떻게 쓰게 만들 것인가, 라는 질문이다.